배너 닫기
뉴스등록
RSS
맨위로

“쇼를 하라고 시의원으로 뽑아 줬나”

등록일 2008년11월07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6일, 익산시의회 134회 산업건설위 업무보고장은 한 의원의 파상공세로 살벌 했다. 답변하는 집행부의 상사와 그를 보좌하기 위해 참석한 부하직원들의 얼굴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들은 앉았으되 앉은 것이 아니었고 서있으되 서있는 것이 아닌 듯 보였다.

분위기로 볼 때 그들의 대치형국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같은 땅을 딛고 서있다는, 최소한의 동질의식을 찾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모한 일로 보였다. 혀로 칼을 삼아 죽일 듯이 덤빈다. 누군가가 그 칼에 찔려 죽어야 할 판이다. 그렇게 전쟁은 시작되었고 진행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 아무도 죽지 않았다. 시퍼렇기만 했던 칼끝은 허공을 갈랐을 뿐 아무도 찌르지 못했다. 다행이라고 말하기보단 차라리 허무했다.


그들은 애초에 상대를 찌를 마음이 없었다. 찌르려한 자도, 당하는 자도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 시민이 쥐어준 알량한 권력은, 그들로 하여금 개선장군이 되기에 충분하도록 만들었고, 아무도 제재할 수 없는 오만함으로 그들은, 그들의 권력을 즐겼다. 적의 칼끝을 막아내는 자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 보였고 그저 시간이 애처로울 뿐이었다.


B의원은 질의를 통해 집행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TV에서 흔히 보던 국회국감장에 와 있는 착각이 들었다. 익산의 한 업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얼핏 듣기에 시와 업체의 유착관계가 심각한 듯 들렸다. 답변하는 이가 머뭇거리자 B의원은 “차 속에 있는 자료를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 또한 언론에 흘리겠다는 말도 했다. 자료라는 말에 기자는 예민해졌다. 자료가 뭔지 보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B의원은 끝내 자료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더욱이 자료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자신의 질의를 끝낸 B의원은 이내 사라졌다. 바빴는지, 아침식사를 안 해서 배가 몹시 고팠는지 하루가 지난 지금도 밝혀내지 못했다. 점심식사를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오전 질의시간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사라져 버린 B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행부를 주눅 들게 했던, 언론사에 흘릴 수도 있다던 문제의 그 자료를 보여 달라 했다. 자료를 주지 않겠다고 B의원은 대답했다. 거부하는 것은 그의 자유이고 안 준다면 도저히 받아낼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거부하는 그의 이유는 기자로 하여금 황당함을 넘어 분노하게 만들었다. “익산시 행정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것과 언론사에 자료를 주어야 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시민의 대표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고 오전에 있었던 그의 질의 내용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말이었다. 차가운 그의 말투에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말로써 말을 부수는 일은 쉽다. 그러나 그렇게 쌓여가는 말의 쓰레기는 사회적 비극이다. 이 비극 속에는 사실을 진술하는 언어와 욕망을 진술하는 언어가 뒤죽박죽으로 뒤엉켜 있다. B의원, 그의 말은 여우같이 간교했고 뱀처럼 기름졌다.


남은 업무보고기간 동안 시민의 대표들은, 얼마나 많은 기름진 말들을 쏟아낼 것인가?


시민에게 부여받은 그 알량한 권력의 시간이 다하면, 그들은 또 다시 시민들을 향해 여우처럼 간교하고, 뱀처럼 기름진 말로 다가갈 것이다.


점심때가 지나고 오후 업무보고 시간이 되었다. B의원은 오전에 앉았던 자신의 넓은 의자에 또 다시 앉았다.  


기자는 B의원에게 전하고 싶었다. “B의원, 당신의 쇼를 보고 싶어 시민들이 뽑아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소통뉴스 곽재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최신뉴스광장

전체 뉴스종합 10대핫뉴스 오피니언

포토뉴스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