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익산박물관 특별전 ‘탑이 품은 칼, 미륵사에 깃든 바람’이 9월 24일부터 2026년 2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이번 특별전은 2009년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에서 발견된 ‘미륵사지 손칼’을 최초로 공개하여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재조명하는 자리이다.
발견, 보존 그리고 공개
이번 전시는 우리를 놀라게 한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 중 하나인 작은 손칼을 보존처리와 원형 재현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역사·문화적 사실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2009년 처음 발견된 손칼은 639년 석탑에 봉안된 이후 약 1,400여 년의 세월을 견디지 못해 원형을 알기 힘든 안타까운 모습으로 실물 공개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국립박물관(익산·청주·김해)은 상호 협업을 통해 5년간의 과학적 분석과 보존처리, 그리고 심층 연구를 진행하고 이제 그 결과를 공개한다.
미륵사지 손칼을 재조명하는 전시
이번 전시는 손칼에 대한 질문이 가장 큰 주제이다.
제1부는 손칼의 의미는 무엇일까로 시작된다. <작은 칼이 필요했던 일상>은 먼저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쇠 손칼, 동물 뼈로 만든 칼 손잡이를 전시한다. 다음은 붓이 없는 시절 글을 쓰고, 지우개가 없던 시절 목간의 글자를 지우는 문자 생활의 도구인 칼의 또 다른 기능을 살펴보았다.
제2부는 손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로 이어진다. <흔적, 몰랐던 이야기>에서는 과학적 조사를 바탕으로 재현한 손칼의 내부 구조, 제작 재료, 봉안 시 감쌌던 직물 자수를 전시한다.
특히, 칼 손잡이는 국내 처음으로 3차원 X선 현미경 조사를 통해 외래 수종임이 확인되었다. 일부 손잡이는 단면 구조 분석을 통해 물소뿔로 추정되었다. 먼 나라에서 귀중한 재료를 구한 백제 문화의 국제성을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나무로 만든 칼집은 금박을 얹어 화려함을 갖추고, 그 위에 바다거북의 등껍데기를 감싸 금박 손잡이를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내구성을 겸비한 대모복채법이 적용되었다.
고대 동아시아 공예 기술 연구의 중요 자료로 평가받는 일본 나라奈良 정창원正倉院에도 대모복채법을 적용한 손칼 1점 전해지고 있는데, 이번에 공개되는 미륵사지 손칼은 이보다 약 100년 앞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백제의 높은 공예 수준을 입증함과 동시에, 국제 교류의 흐름을 조명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제3부는 왜 손칼을 석탑에 넣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로 마무리된다. <꾸밈을 더하고, 마음을 담아>는 권위와 품격의 상징으로 무덤과 불교의 공양품으로 사용된 손칼을 소개한다.
귀하고 화려한 금과 은을 사용하여 수준 높은 금속공예 기술로 이룬 장식손칼의 아름다움을 통해 수준 높은 백제문화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백제문화의 오랜 전통을 모은 미륵사지 손칼을 부여 왕흥사지와 경주 황룡사지 손칼과 비교하며, 역사서와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손칼을 통해 손칼의 불교적 의미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익산박물관의 대표 문화유산인 미륵사지 사리장엄구 가운데 하나인 손칼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손바닥만 한 작은 칼에 담긴 염원과 정교한 장인의 기술을 통해 백제의 불교문화와 공예 수준, 그리고 국제 교류의 위상을 깊이 있게 체감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국립익산박물관 김울림 관장은 “백제 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이하여 미륵사지 비밀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시민의 자긍심과 애호가의 호기심을 충족할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